셔터 아일랜드, 괴물로서 살아갈 수는 없다.
좋은 영화는 보고나면 자연스레 다시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틴 스콜세지가 메가폰을 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셔터 아일랜드>(2009)가 그런 영화다.
<셔터 아일랜드>는 미국 보스턴의 외딴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나흘 반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암울하고 몽환적인 그린 영화다.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배를 타고 셔터 아일랜드에 들어가는 오프닝 시퀸스부터 할리우드 고전 필름느와르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관객들은 파시즘과 인간본성을 해부하고자 하는 감독의 욕망을 140분 동안 느끼게 된다. 그만큼 셔터 아일랜드는 인간 무의식의 미로같은 좁은 통로를 뒤틀린채로 깊게 파고 들어간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불안과 환영으로 뒤범벅이 된다. 배 안에서 테디가 바다의 물을 보면서 심하게 구토를 일으키는 장면은 이 영화가 심상치 않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영화의 바깥 프레임은 테디가 보스턴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연방보안관으로서 수사를 위해 동료 척과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향한다는 설정이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안쪽 프레임은 테디가 셔터아일랜드에서 조사를 한, 나흘 반나절이 사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테디를 치료하기 위해 수용소가 꾸민 연극이라는 설정이다. 관객들은 영화 종반부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반전을 보고,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브루스 윌리스의 <식스센스>처럼.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류의 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영화를 주의깊게 보면,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안쪽 프레임과 바깥쪽 프레임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처럼 동일한 프레임을 알아챌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적인 몽환적인 스타일로 테디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수법을 취함으로써, 마틴 스콜세지는 관객들이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해소했다.
테디의 두 트라우마, 즉 아내와 셋 아이의 죽음과 유태인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잔혹한 경험은, 테디에게 사실은 동일시 된다. 지속적으로 환기되는 홀로코스트 장면과 아내와 아이의 동일시 되는 장면은 테디의 환각이자 감독의 환영이기도 하다.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동의 모습은 홀로코스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히틀러 친위대를 상기시키는 병원보안대의 복장이라든지 닥터 존 코리(벤 킹슬리)는 영락없는 나치의사다. 불쌍한 테디는 다시한번 홀로코스트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여러 장면에서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동이 바로 홀로코스트임을 암시한다.
테디의 정신분열 근저에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태'에 그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고, 아내도 지켜주지 못했다. 나아가 응당 지켜주어야할 힘없는 유태인들도 묵도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치유할 수 없는 깊은 트라우마는 인간으로하여금 얼굴을 들고 사람들을 대면할 수 없게 만든다. 집단 시선에서 테디가 숨을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잠의 공간에서조차 테디가 환각에 시달리는 이유다. 불면이다.
너무나 가슴 아팠던 故 최진영은 `지친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라는 글을 미니홈피에 남겼다. 故 최진영과 故 최진실이 출연한 드라마를 본적은 없지만, 살아온 것에 지친다는 말은 사람과 맺어온 관계에 지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트라우마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태로 그들을 밀어 넣는다.
테디의 정신분열을 치료하기 위하여 닥터 코리가 대뇌백질 절단수술을 종용하자 테디는 말한다. "이봐 척, 자네라면 어쩌겠는가? 선량한 시민으로서 죽겠는가? 아니면 괴물로서 살아가겠는가?" 테디의 손은 약물치료를 거부하여 심하게 떨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것은 자명하다. 테디는 그를 둘러싼 따가운 집단 시선을 견뎌낼 수 없다.
만약 당신이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면 이 영화에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당신 자신이 테디 다니엘스임을 영화가 채 끝나기 전에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세상의 징후들이 당신을 엄습할지도 모르고, 따가운 눈총이 당신을 포획할 것이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지만, 괴물로서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것이 셔터 아일래드의 결말이다.
제목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09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38 분 | 개봉 2010.03.18 | 15세 관람가
감독 마틴 스콜세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테디 다니엘스), 마크 러팔로(척 아울), 벤 킹슬리(닥터 존 코리(벤 킹슬리)
☆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자신의 허다한 최고작 대신에 <디타티드>(2006)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여 나눠먹기라는 오명을 뒤짚어썼다.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이 <셔터 아일랜드>에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themovie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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